내년 3월 15일, 다가오는 공매도 금지 기간 종료
한국 금융위에서는 2020년 3월 13일, 코로나 19로 인해 폭락한 증시의 활성화를 위해 공매도 금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중간에 공매도 금지 기간이 6개월 더 연장되기도 했었지요. 신년을 맞아 국내, 국외 각종 증권사에서는 증시 전망 리포트에서 내년 코스피 최고치를 3000이상으로 올리는 등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매도 금지 기간의 종료는 좋으나 싫으나 증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금지 조치가 증시 상승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매도세를 줄일 뿐이지, 매수세를 늘리지 않기 때문이라고요. 이번엔 달랐습니다. 신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증시에 쏟아지기 시작했고, 현재 코스피는 사상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중이지요. 그렇다면 공매도 금지 기간 종료 이후 증시의 방향성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공매도 - 공매도의 정의
우선, 공매도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부한 말이지만 공매도의 정의는 '없는 걸 파는' 행위를 뜻합니다. 아니 없는 걸 어떻게 팔아? 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그 얘기는 천천히 하도록 하고 우선 공매도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설명해보겠습니다.
- 삼성전자의 주식의 주가는 현재 10만원이다. 이 주식의 주가는 하락할 것으로 판단된다.
- 나는 A에게 삼성전자의 주식 1주를 빌려 팔았다. 이 시점에서 나에겐 현금 10만원이 있다.
- 다음날, 삼성전자의 주식이 9만원으로 떨어졌다. 나는 이 시점에서 주식을 다시 사서 A에게 갚았다.
- 공매도가 이루어지고 나는 1만원의 수익을 남겼다
이것이 바로 공매도가 이루어지는 과정입니다. 없는 걸 팔기도 하고, 회사를 쪼개서 팔기도 하고, 주가가 오르냐 내리냐랑 연계된 파생상품을 만들기도 하고. 자본주의란 정말 어렵습니다. 이렇듯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져야 이득을 보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공매도는 기대치에 비해 손실이 더 큰 방법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반대로 주가가 2배로 뛰어서 20만원으로 올랐다면 삼성전자 주식을 20만원에 사서 되갚아야합니다. 주가가 반토막 나면 5만원에 주식을 되갚아서 5만원 수익밖에 못 보는데 말이지요.
저희가 주식에 투자를 할 때 신용거래, 대출을 당겨서 쓰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볼 수 있는 최대 손실은 -100%입니다. 그러나 공매도를 했을 때는 100% 이상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즉, 기대 수익에 비해서 기대 손실이 높은 방법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공매도 - 공매도는 무조건 나쁘다?
흔히 있는 착각입니다. 그러나 공매도가 무조건 나쁘지는 않습니다. 주식을 비롯한 모든 물건의 가격은 거래가 발생함으로서 결정됩니다. 매수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더 높은 가격에 살 수록 가격이 올라가지요.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판단하는 투자자의 의견은 바로 시장에 반영됩니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판단하는 투자자의 의견은 시장에 반영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는 이미 이 주식을 팔았고, 기존에 주식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면 이 주식의 수익이나 앞으로의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해도 주가에 반영시킬 수 없습니다. 즉, 주식의 고평가, 거품이 끼게 됩니다. 당장은 증시가 계속해서 오르고, 모두가 행복해보이겠지만 결국에는 어느 순간 이런 거품은 꺼지게 되고 마지막에 주식을 매수한 사람들은 큰 피해를 보게 될 겁니다. 공매도는 이러한 주식의 과대평가를 방지하여 주가를 그 사업의 실제 가치와 일치하게 만드는데 효과적입니다.
또한 공매도는 역설적으로 시장 건전성 및 회사 경영자들의 책임있는 경영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불법적인 경영이나 분식회계, 매출 사기 등을 자행한다면 공공기관에서 이를 잡아내야하지만 모든 범죄자가 잡히지는 않는 것처럼 이러한 불법적인 관행들도 100% 잡아내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공매도 투자자들이나 기관들은 주가가 하락해야 돈을 벌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들을 잡아내려고 합니다.
실제로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는 '루이싱 커피'라는 기업도 머디 워터스 캐피탈이라는 헤지펀드 회사의 철저한 조사에 의해서 회계부정이 적발됐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주가가 80% 이상 폭락하기도 하고, 상장 폐지까지 가는 등 거대 기업의 회계부정을 밝혀내 공매도하여 돈을 번 케이스가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의 입장에선 리스크 헷징에 도움을 줍니다. 공매도는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 적정 수준의 공매도를 섞으면 변동성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겠지요. 채권과 주식을 섞는 것도 두 개의 자산이 서로 반대되는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니, 비슷한 이치입니다.
보완되어야 할 한국의 공매도 제도
그러나, 한국의 증시에서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비율은 극히 낮습니다. 지난 2019년 통계로 따지자면 (출처 : 국회의원 김병욱 의원실) 코스피에서의 공매도 비율은 외국인 59.1%, 기관 40.1%, 개인 0.8%의 비율에 불과했습니다. 일본 증권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 비율이 17.6%, 코로나로 인해 증시가 폭락한 지난 3월에는 19%까지 상승하기도 했는데 말이지요.
이러니 '기울어진 운동장' 소리가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개인이 공매도를 하기 위해선 대주거래(주식대여)를 이용해서 대주가능 종목을 빌려 공매도하는 방법이 있지만 종목도 얼마 없고, 수량도 많지는 않습니다. 개인의 자산 규모에 따라서 다르겠지만요. 결국 증권사에서 대주거래를 얼마나 다양하게, 많이 해주느냐가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가린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주식을 쉽게 빌릴 수 있고, 빌릴 수 있는 종목이 더욱 많아져야만 개인투자자도 공매도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공매도를 하는 방법은 절차와 조건이 복잡하긴 하지만 전문투자자 자격을 취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현재는 절차가 많이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취득은 어렵습니다. 조건은 최근 5년 이내 1년 이상 금융투자 상품 잔고 5천만원 이상이 기본이 되어야 하고 본인 연소득 1억원, 혹은 부부 합산 1.5억원 혹은 관련 자격증의 취득 마지막으로 부동산을 제외한 순자산가액 5억원 이상 셋 중 하나의 조건을 만족하면 전문투자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이긴 합니다. 과거에는 50억의 잔고를 요구하던 때도 있었으니 지금은 많이 완화된 편이긴 합니다. 전문투자자 자격이 있으면 CFD(차액정산계약)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개인이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이 필요합니다. 주식 계좌 개설만 하면 매수할 수 있는 매수와는 결이 다르죠.
그렇기 때문에 공매도 금지 기간 종료 이후에도 '기울어진 운동장' 소리가 나오지 않는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서, 한국 금융위가 얼마나 제도를 정비할지가 관건입니다. 요는 전문투자자 자격을 더 쉽게 얻을 수 있게 하던가, 증권사가 더 많은 종목에 대해서 대주거래를 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겠죠.
공매도 금지기간 종료 이후 증시 방향성?
공매도 금지기간 종료 이후 지금처럼 증시가 과열되지는 않을 거라고 전망합니다. 어찌됐건 공매도 자체는 시장에 일어나는 가격 거품을 걷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특정 테마주 (특히 바이오 관련주식)들은 필연적으로 가격 하락을 겪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근거는, 현재 증시 자체가 급격하게 상승했습니다. 2008년 리만 브라더스 파산으로 인해 전세계적인 증시 불황이 왔을 때 그 전 지수 회복까지는 2년이 걸렸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한 2020년 코로나로 인한 증시 불황 회복은 단 3개월이 걸렸습니다. 그 당시에도 공매도 금지를(08년 10월~09년 6월) 실시했으나 회복된 증시는 1113에서 1390에 불과했었지요.
지금의 증시 상승이 전례없는 호황인 것도 맞습니다. 전세계에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는 것도 맞고요. 주택 규제로 인한 신규 자금이 증시로 흘러들었고,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점도 맞는 말입니다. 이런 요소들이 증시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상승요인은 현재 시장에서 부정적을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공매도가 없기 때문인 점도 있습니다. 또한 신규 자금 수혈이 멈추면 더이상 증시가 상승할 여지는 없습니다. 증시의 성장은 신규 자금 투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고점이 어디일지, 언제 떨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누구나 알 수 있는 보편적인 사실들로 결론을 내보자면 현재 증시는 본래 가치보다 고평가 되어있긴 하다, 그러나 고점이 어디인지, 언제 떨어질지 알 수는 없다. 라는 아주 애매모호한 결론이 되겠습니다. 만약 기존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이라면 신규 투자는 당분간 관망을 하고 금융상품을 활용해 수익을 내다 증시가 떨어지면 주식을 매수하는 게 좋겠습니다.
모든 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투자는 본인의 선택이고, 본인이 항상 책임을 져야하니까요. 우선 저는 현재 삼성전자를 제외한 모든 국내 주식을 처분한 상황이긴 합니다. 미국 주식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네요. 이 상승이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으나 이런 장에서 수익의 극대화보단, 고점에서 물리지 말자는 마인드가 가장 중요한 거 같습니다.
2주정도 휴식기간을 가졌습니다. 앞으로는 글 잘 써서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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